[2015년 5월 5일 ㅣ 뉴스메이커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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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통 음악을 가상으로 연주한다는 것은 과연 어떤 느낌일까. 서울음대 이돈응 교수의 예술과학센터가 최근 ‘국악 가상악기와 애플리케이션 개발 연구’를 마무리하며 누구나 그 느낌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되었다.
정재원기자 jjw@
이제 태블릿PC나 스마트폰에서 누구나 실제 국악기처럼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전에는 서양음악과 국악의 체계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서양음악을 기본으로 만들어진 기술로는 국악을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돈응 교수는 국악도 기술로 대중적 수단에 의한 표현이 가능하다고 예감했고, 가상악기(VSTi)와 어플리케이션으로 이를 구현했다.
대한민국의 전통을 지키고 발전시킬 깨어있는 지원이 절실하다
국악은 일반에게 어려운 음악이고 국악기를 실제로 구비해 사용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자연히 국악에 대한 수요도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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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돈응 교수 |
그러나 이제 스마트폰 이용자라면 누구나 무료로 ‘Gugak(국악)’ 앱을 다운받아 편종, 편경, 거문고, 대금, 가야금 4종 등 모두 21가지 국악기를 연주할 수 있다. 서울대 예술과학센터 이돈응(작곡과) 교수는 “국악기를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고, 전문가들 또한 각자의 작업 목적에 맞추어 사용할 수 있도록 앱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향후 수업교재도 개발하고 전문 교사도 양성해 청소년들이 국악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기획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Gugak(국악)’ 앱은 국악기 특유의 섬세한 농현(국악에서 현악기를 현주할 때 줄을 짚고 흔들어서 음을 꾸미는 것)과 요성(음을 떨어주는 연주기법), 시김새(장식음과 짧은 잔가락) 등을 표현할 수 있다”며 “사용된 음원들은 모두 국악계를 대표하는 연주자들의 소리를 최고의 녹음기술을 통해 섬세하게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서양음악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기술로는 서양음악과 체계가 다르고 훨씬 복잡한 기술이 필요한 제3세계의 음악을 표현하지 못했다”며 “개발된 ‘Gugak(국악)’ 앱으로는 복잡하고 어려운 국악의 기술적 구현이 가능하며 추가의 어플리케이션 개발에 따라 제3세계를 포함한 전 세계의 음악을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센터는 앞으로 디지털 피아노 및 신디사이저에 개발된 국악음원을 탑재해 다양한 국악기 연주를 가능하게 할 예정이다. 국악 가상악기와 어플리케이션 개발은 실제 국악기 연주와 ‘가장 비슷하게 구현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 교수는 “현재는 악기 형태로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지만 다른 분야와의 연계가 무궁하다”며 “게임이나 공연 등 다른 콘텐츠와 접목해 대중들이 더 쉽고 편하게 국악을 접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거의 무한영역의 개발이 가능하지만 당장의 센터 운영에 대한 현실적인 제약을 받고 있는 이 교수는 “그동안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부터 개발비용을 지원받아 연구를 진행해왔으나 추가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해서 정부나 기업 등의 지속 지원이 절실한 실정”이라고 현실적인 아쉬움과 고충을 토로했다.
국악의 대중화, 우리의 본질을 되찾는 것
현재 일반적인 음악 소프트웨어마저도 이용자의 수가 적기 때문에 음대 학생들 이외에는 대부분 사용하지 않는다. 더욱이 음대 학생들 중에서도 작곡과 학생 일부와 국악과 학생들만 국악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 예술과학센터가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고충은 해당 프로그램용 소프트웨어를 자체적으로 만들어서 일괄 배포하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대중에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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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악 앱화면 |
이돈응 교수는 “K-Pop 이외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국의 문화콘텐츠산업이 더 나아갈 수 있다”며 “최근에는 국악을 살리자는 취지의 여러 노력들로 국악의 인지도가 예전보다 나아졌지만, 국민의 일상 속에 융합되기는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양음악과 다른 ‘선율중심’의 우리 국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음악교육이 변화되어야 하며, 오랫동안 지켜온 ‘우리 것’이 우리의 본질임을 알고 국악 앱으로 우리의 전통을 쉽게 보급할 수 있도록 뒷받침 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개화기 이후 양악이 들어오면서 국악은 일제의 말살정책과 겹쳐 한 세대를 비운 채 퇴행하다가 근대에 이르렀다. 이후 다행히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결성되어 융성하게 되고, 해외에서도 국악에 대한 관심이 몰리기 시작하며 국악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어 퓨전 음악과 새로운 장르들이 등장하였고, 응용된 국악의 새로운 연주법과 스타일이 발생했다. 이돈응 교수는 “국악 앱의 경우, 지금까지는 음원과 가상악기를 운영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만을 개발했지만, 국악을 쉽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한다”며 “지금은 교과서에서 국악기호를 제대로 쓸 수 없다. 서양음악의 음악폰트는 존재하지만 아직 국악폰트는 등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악폰트를 개발해 각종 악기들마다 사용되는 여러 기법의 기호들을 유니코드를 통해 컴퓨터에 타이핑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한 “기술적으로는 전체 프로그램을 한 번에 운영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을 개발할 것”이라며 “앱과 가상악기를 추가하여 새로운 콘텐츠들을 만들고 있다. PC와 연동하여 가상환경 속에서 동기신호를 주며 합주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 음악과학센터의 이러한 혁신적인 기획이 현실화되고 우리 국악의 진정한 발전을 이어줄 정부와 관련기관, 그리고 뜻있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