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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위키트리 - 스마트폰으로 가야금 연주하다: 국악 어플리케이션의 세계

등록일 : 2014-12-11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 이돈응 교수>

 

      

 [숙명여자대학교 가야금 연주단 / 영상=유튜브 '숙명가야금연주단']

 

 

가야금으로 연주하는 캐논변주곡, 한 번쯤 들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국악은 지루하고 어렵다’는 편견을 깨준 이 획기적인 시도는 전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비보이(B-Boy)팀과 함께 공연까지 하면서 ‘퓨전국악’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

 

최근 국악과 관련해 또 다른 새로운 시도가 있었다.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예술과학센터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함께 진행하는 ‘국악 가상악기와 어플리케이션 개발 연구’다.

 

10월 18일, 서초동의 국립국악원에서 이돈응 서울대학교 교수가 공개한 ‘국악기 음원 디지털 소스화 및 어플리케이션 개발’ 연구는 컴퓨터나 휴대폰에서 누구나 실제 국악기처럼 연주할 수 있도록 만드는 혁신적인 기술이었다. 이 날 진행된 국악기 세미나에서 이돈응 교수는 직접 컴퓨터로 가상악기를 연주하고, 국악 연주자들을 초청해 아이패드와 스마트폰으로 가야금을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돈응 교수가 세미나를 진행하는 모습 / 이하 사진 = CT지기]

 

 

음악하면 왜 서양음악부터 떠오르나


이돈응 교수가 발표의 화두로 던진 것은 ‘국악’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 대해서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음악’을 이야기하면 대부분 서양음악을 떠올립니다. ‘국악’이라고 해야 우리음악을 상상하죠. 고등학교까지 음악을 배울 때 서양음악에 바탕을 둔 음악을 자연스럽게 배우고, 우리나라 음악을 ‘국악’이라는 항목으로 먼 나라 음악을 다루듯이 배웠기 때문이죠.”

 

[인터뷰 중인 이돈응 교수]

 

 

IT강국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우리 음악을 다루는 소프트웨어가 없다는 것에 답답함을 느꼈다는 그는 직접 국악기 음원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신호체계와 기호체계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국악기 음원은 이미 음원화가 많이 되어있지만 그 정리 체계가 정해져있지 않아 음악으로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이용한 가상악기(VSTi)와 모바일을 이용한 어플리케이션은 각각 음악 전문가와 일반인이 직접 연주할 수 있도록 만든 기술이다. 이돈응 교수의 연구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국악을 기술로 표현하는 시도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서양음악은 화성적 특징을 가집니다. 음이 하나씩 맞아 떨어지죠. 그런데 국악은 선율적인 원형이 남아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하나의 음으로 정확하게 떨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농현(국악에서 현악기를 현주할 때 왼손으로 줄을 짚고 흔들어서 꾸밈음을 내는 것)이 그런 특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죠.”

 

서양음악과 국악은 체계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서양음악을 기본으로 만들어져온 기술로는 우리나라 음악을 표현할 수가 없었다. 이 교수는 오랜 연구 끝에 국악도 기술로 표현하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가상악기(VSTi)와 어플리케이션으로 이를 구현한 것이다.

 

[이돈응 교수가 개발한 국악 어플리케이션 시작화면]

 

 


[국악 어플리케이션 ‘정악 가야금’ 실행 모습]

 

 

스마트폰으로 연주하는 가야금


이돈응 교수 연구팀은 20개 국악기 음원을 바탕으로 15개의 가상악기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그 중에서 정악가야금, 산조가야금, 18현금, 25현금, 편경은 애플 ‘앱 스토어’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애플의 iOS보다 제작이 어려운 안드로이드에서는 현재 ‘플레이 스토어’에서 정악가야금과 산조가야금 두 가지를 다운받을 수 있다. 현악기뿐 아니라 단소, 피리, 태평소 등의 악기도 곧 어플리케이션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세미나에서 아이패드와 아이폰을 이용해 가야금 연주가 시작되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기계로 만들어내는 우리 악기의 음색이 너무도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국악 어플리케이션 연주와 이후 이어진 이돈응 교수의 설명]


 

이돈응 교수의 연구가 뛰어난 점은 국악의 세밀한 특성까지 실제와 똑같이 살려냈기 때문이다. 떠는 음을 표현하는 농현, 흘러내리는 음을 표현하는 퇴성, 꺾는 음까지 국악이 가진 색깔을 정확히 표현해낸 것이다.

 

세미나 뒤에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 교수는 이 말을 덧붙였다. “서양음악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기술로는 터키나 인도, 아라비아 등 제3세계의 음악을 표현하지 못합니다. 서양음악과 체계가 다르고 훨씬 복잡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지금 연구 중인 기술이 완성되면 이 음악들도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습니다. 국악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음악을 표용할 수 있는 기술인 것이죠.” 중국, 일본, 미국과 다른 국악만의 특수성을 살려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우리 힘으로 만드는데 앞장서고 있는 모습이었다.

 

[인터뷰 중 ‘정악가야금’ App으로 가야금을 연주하는 모습]

 

 

국악의 대중화를 위하여

 

국악 가상악기와 어플리케이션 개발은 총 연구기간 3년 중 현재 2년차이다. 실제 국악기 연주와 가장 비슷하게 구현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의 목표를 물어보는 질문에 이 교수는 “현재는 악기 형태로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부분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개발되고 나면 다른 분야와의 연계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이나 공연 등 다른 콘텐츠와 얼마든지 접목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대중들이 더 쉽고 편하게 국악을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발하여 한국의 음악발전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음악을 보여주려면 국악이 발전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돈응 교수는 평소에도 개량한복을 즐겨 입을 만큼 우리 것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하지만 이 기술을 통해 다른 나라의 음악도 기술적으로 표현해내고 싶다는 그에게서 예술인의 순수한 열정을 느꼈다. 더불어 앞으로 이루어질 국악의 발전에 부푼 기대를 갖게 되는 순간이었다. ◎CT리포터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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